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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민텃밭_Allotment내가 본 것들 2023. 5. 12. 18:00
영국은 일반 시민들이 지자체로부터 땅을 받아 텃밭을 운영하는 시민텃밭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다. 시민 텃밭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이 시민텃밭이 운영되는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 집 앞에는 약 한 평정도 되는 아주 작은 정원이 있다. 재작년 즈음 놀려두기 뭣해서 토마토를 스무 개 정도 심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물은 또 얼마나 많이 먹는지, 여름 내내 물 뿌려주고 가지치기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앞 정원에서 보냈었다. 땡볓에 서서 토마토 지지대를 세우고 있노라면 이거 괜히 시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토마토를 키우면서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이 있으니, 바로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 커플, 조지와 서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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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섬: 가파도, 그리고 홀리 아일랜드내가 본 것들 2023. 4. 11. 18:20
현대카드와 제주시가 함께 진행한 '가파도 프로젝트'는 2018년에 종료된 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운영과 수익에 대한 지역 주민간의 갈등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영국 북부의 작은 섬인 홀리 아일랜드에서 예술을 통한 지역 재생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프로젝트를 운영했으며, 지역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이란 무엇일까 ? 나는 섬을 좋아한다. 육지와는 사뭇 다른 변화무쌍한 기후, 눈만 돌리면 펼쳐지는 바다를 사랑하고, 들고 나는 것에 날씨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점을 특히 좋아한다. 오로지 그 날의 날씨에 따라 배에 몸을 실을 수 있을지 아닐지 전전긍긍 하노라면,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에 순응해야만 하는 섬의 삶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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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비칸 : 야만적인 콘크리트 정글내가 본 것들 2023. 3. 11. 14:22
런던 1존 한 가운데, 빌딩으로 가득찬 곳에 숨겨진 정글이 있다. 유리와 철골 지붕, 콘크리트 건물과 방대한 양의 식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 바비칸 식물원이다. 바비칸 식물원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더 바비칸'에 대해서 잠깐 언급해야 하겠다. '더 바비칸'은 런던 1존에 위치한 멀티플렉스로, 1965년에서 1976년에 걸쳐 2차대전 피폭으로 황폐화된 런던 크리플게이트(Cripplegate) 지역에 조성되었다. 2차대전 종전 후,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폭팔적으로 증가하여, 세인트 폴 성당, 뱅크 오브 잉글랜드 등 주요 시설이 위치해 있던 이 지역을 부지로 낙점했다고 한다. 주민들을 위한 주거공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아파트 주변에 바비칸 센터, 식물원, 도서관, 카페 등 다양한 성격의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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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소비되는 한국 vs 한국인이 생각하는 한국내가 본 것들 2023. 2. 15. 13:50
영국 런던의 유명 미술관인 빅토리아앤알버트(이하 V&A)뮤지엄에서 작년 9월부터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라는 기획전을 진행중이다. V&A의 한국인 큐레이터 로잘리 킴이 기획한 전시로 한류의 형성 과정과 영향력을 조명한다. 총 200여점의 한류 관련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영화 '기생충'의 세트장, 지드래곤, 싸이 등 케이팝 스타의 의상, 백남준, 권오상 등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 한국 디자이너들의 의상 등 다양한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요 매체인 가디언에서 별 다섯 개 만점, 타임아웃매거진, 더 텔레그라프에서 별 네 개를 받으며 23년 1월 중순까지의 누적 방문객이 약 6만8천명을 넘어갈만큼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성공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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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야마 스튜디오 -영국 박물관내가 본 것들 2023. 1. 23. 08:31
히라야마 스튜디오에 처음 간 것은 21년 봄, (한국에서는 대영박물관이라고 많이 부르는) 영국 박물관의 한국관 큐레이터로 계시는 분의 초대를 받아서였다. 히라야마 스튜디오는 영국 박물관 내 동아시아 유물/작품 복원소인데 한, 중, 일 삼국의 복원사들이 함께 일하며, 그 중 한국인 복원사 선생님은 한 분이 계신다. 비록 개인이 마음대로 방문할 수는 없는 곳이지만 런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나는 바비칸 내 식물원과 더불어 이 곳을 꼽겠다. 처음 스튜디오 내에 들어가면 묵직한 종이와 안료, 나무의 냄새등 영국에서 느끼기 힘든 동양의 냄새가 몸을 감싼다. 일반 바닥 대신 다다미 바닥이 있고, 벽에는 커다란 나무 작업판들이 사방에 걸려있는데, 오랜시간 수많은 복원 작업으로 생긴 종이 자국이 겹치고 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