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소비되는 한국 vs 한국인이 생각하는 한국내가 본 것들 2023. 2. 15. 13:50

영국 런던의 유명 미술관인 빅토리아앤알버트(이하 V&A)뮤지엄에서 작년 9월부터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라는 기획전을 진행중이다.
V&A의 한국인 큐레이터 로잘리 킴이 기획한 전시로 한류의 형성 과정과 영향력을 조명한다. 총 200여점의 한류 관련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영화 '기생충'의 세트장, 지드래곤, 싸이 등 케이팝 스타의 의상, 백남준, 권오상 등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 한국 디자이너들의 의상 등 다양한 구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요 매체인 가디언에서 별 다섯 개 만점, 타임아웃매거진, 더 텔레그라프에서 별 네 개를 받으며 23년 1월 중순까지의 누적 방문객이 약 6만8천명을 넘어갈만큼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성공적인 현지의 평가와는 달리 내가 이야기를 나눈 한국인들은 만족하지 못 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들에게 들은 피드백은 '전시 구성이 생각보다 너무 현대적이다, 전시 홍보 이미지가 촌스럽다' 정도였다. 왜 같은 전시를 보고 두 문화권의 반응이 갈리는 것일까?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만 꼽으라면 나는 이것이 영국에서 생각하는 한류와, 한국에서 보는 한류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약 10년간 거주하며 느낀 것은, 영국, 그리고 유럽 내에서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V&A 한류전 포스터를 예로 들어보자면 (이미지 참조) 굵은 볼드체, 그래픽적인 강렬한 색깔, 디지털적인 느낌이 많이 드러나며, 영국 에이전트에게 한국 관련 전시 디자인 커미션을 의뢰하거나, 한류에 대한 글을 볼 때 주로 따라오는 이미지는 이런 류인 경우가 많았다. 일반화 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비슷한 일을 했던 나의 동료들도 이같은 말을 하곤 했으니, 아주 틀린 의견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는 'B급 감성' 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유럽에서는 한류를 대표하는 느낌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더 좋은, 혹은 고급스러운 한국문화가 있는데 왜 이런 감성으로 홍보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류를 창조해 낸 것은 한국이지만, 한류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여기 있는 현지인들이며, 한류는 우리의 컨트롤을 넘어서 자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것과, 남이 받아들이는 것, 한국에서 소비하는 문화와 현지에서 팔리는 한류의 간극을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해 즐길 수 있다면, '한류! 코리안 웨이브'전에서 보여주는 전시 구성을 조금 더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본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CIRCA: 런던의 중심에서 공공미술을 외치다 (0) 2023.07.29 영국의 시민텃밭_Allotment (3) 2023.05.12 예술과 섬: 가파도, 그리고 홀리 아일랜드 (0) 2023.04.11 더 바비칸 : 야만적인 콘크리트 정글 (0) 2023.03.11 히라야마 스튜디오 -영국 박물관 (0) 2023.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