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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라야마 스튜디오 -영국 박물관
    내가 본 것들 2023. 1. 23. 08:31

    히라야마 스튜디오에 처음 간 것은 21년 봄, (한국에서는 대영박물관이라고 많이 부르는) 영국 박물관의 한국관 큐레이터로 계시는 분의 초대를 받아서였다. 히라야마 스튜디오는 영국 박물관 내 동아시아 유물/작품 복원소인데 한, 중, 일 삼국의 복원사들이 함께 일하며, 그 중 한국인 복원사 선생님은 한 분이 계신다. 


    비록 개인이 마음대로 방문할 수는 없는 곳이지만 런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나는 바비칸 내 식물원과 더불어 이 곳을 꼽겠다. 처음 스튜디오 내에 들어가면 묵직한 종이와 안료, 나무의 냄새등 영국에서 느끼기 힘든 동양의 냄새가 몸을 감싼다. 일반 바닥 대신 다다미 바닥이 있고, 벽에는 커다란 나무 작업판들이 사방에 걸려있는데, 오랜시간 수많은 복원 작업으로 생긴 종이 자국이 겹치고 겹쳐있어 대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제 영국박물관과 같이 한 행사가 있어 저녁 즈음에 갔는데, 복원사 선생님께서 제안해 주셔서 운 좋게 스튜디오에 다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히라야마 스튜디오 전경, 영국박물관

     

    히라야마 스튜디오를 좋아하는 이유는 공간 구성의 자유로움이다. 수직공간, 수평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천장에 떠 있는 그림, 벽에 붙어있는 그림, 책상에 올라와있는 그림, 병풍으로 구성된 그림, 족자 형태의 그림 등 공간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저기 다른 높이에 종이가 걸려있고, 앉은뱅이 책상, 스탠딩 책상 , 높이를 줘서 약간 떠있는 바닥 등 각자 다른 높이가 어우러져있다. 벽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것이 없고, 탁 트인 공간 내에 다양한 높이와 깊이를 주는 가구들과 작업대들이 재미있게 펼쳐져있다. (웨스턴 복원 스튜디오에 가본적은 없지만) 아시아 공간 특유의 유연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런던에서 몇 안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복원중인 그림들이다. 내가 갔던 날에는 창, 칼 방패를 들고 무술 수련을 하는 사람들을 그린 대략 A4사이즈의 중국 스케치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스무장 정도 걸려있었는데, 스케치의 사방을 두른 몇 겹의 종이 테이프와, 얇은 아시안 페이퍼 뒤로 비치는 종이, 그리고 나무 작업대의 무늬 등 흥미로운 사각형과 물성의 향연 사이에, 섬세하고 신비로운 느낌의 붓 스케치가 어우러져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물론 복원을 마치고 완성된 그림도 흥미롭지만,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이런 현장 속 그림이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취향은 아닐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은 정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의 작품을 복원하고 전시하기 위해 들이는 품과 노력은 절대 정적이지 않다. 이번 한국관 로테이션에서는 이런 복원 과정들이 조금 더 앞으로 드러나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니 종료 전에 꼭 한번 다시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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