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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지지와 붕괴 사이
    런던, 집 2024. 10. 6. 20:49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주택들로 가득 찬 주거지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동네로 이사 오면서 증축을 하거나 리모델링을 했다. 나는 빅토리안 하우스의 2층을 가지고 있었고, 코로나 이후에 이사 온 1층의 소유주는 자신의 뒷 마당 쪽으로 증축 공사를 하려 했다. 도면만 봤을 때는 특별할 것 없는 증축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증축 공사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어 잘못되기 시작했다.

     

    미국 현대미술 작가 고든 마타클락은 ‘지지와 붕괴 사이의 적당한 절단’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아랫집의 공사에 ‘적당한’ 절단은 없었다. 공사를 위해 두 개의 외벽을 무너뜨린 아랫집은 지지와 붕괴 사이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고,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구조물이 2층(우리 집)의 경계를 침범하고, 건물 전체의 벽에 깊은 손상을 입힌 후에야, 아랫집의 공사는 중단되었다. 그 후, 우리 집과 아랫집 간 집의 경계에 대한 지난한 권리 공방이 이어졌다. 그들이 1층의 외벽에 소유권이 있는지, 외벽 바깥의 영공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 아랫집 지붕의 높이는 어디까지 올라올 수 있는지, 아랫집이 우리 집뿐 아니라 양쪽 옆 집의 경계를 침범해서 증축했는지, 소유권과 건축법, 경계에 대한 까다로운 공방이 이어졌다. 결론 없이 공방은 길어졌고, 두 외벽이 뚫려 있는 상태에서 겨울이 다가오면서 아무리 보일러 온도를 높여도 집 안의 온도는 항상 바깥 온도 근처를 맴돌았다. 창문과 문, 벽이 없어진 곳에서부터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소유권, 사적 공간, 공용 공간, 공공 공간, 경계 문제. 모든 문제가 뒤섞여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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