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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야자나무와 젠트리피케이션
    런던, 집 2024. 10. 6. 03:38

    토트넘(Tottenham)은 일찍이 런던의 아프리카, 남미계 이민자들이 자리 잡고 살던 곳이다. 런던의 32개 구 중 가장 인종적 다양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며, 런던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알려졌고, 1985년과 2011년에 두 번의 유명한 폭동이 이곳 토트넘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던 2019년 전후로, 토트넘은 변하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 중, 도시에 머물고 싶지만 치솟는 런던의 월세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토트넘으로 이사 오기 시작했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

    A capture from Zed Nelson's documentary 'The Street' (2019)

    제드 넬슨(Zed Nelson)의 2019년 다큐멘터리 ‘더 스트릿(The Street)’은 런던 동부 2존에 위치한 혹스턴(Hoxton)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보여준다. 이 젊은 이주민들은 혹스턴에 트렌디한 새 가게를 열고, 90만 파운드(한화 약 15억 원)짜리 거실에 방 하나가 딸린 신축 아파트를 사고, 혹은 오래된 집을 구매해서 증축하며 집값을 올렸다. 혹스턴에서 생긴 일은 지금 토트넘에서 벌어지는 일과 똑같다. 레이튼스톤(Leytonstone), 워섬스토우(Walthamstow), 토트넘. 내가 이사를 가기위해 둘러보았던 지역들의 공통점은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이며 새로운 외지인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사를 오던 무렵, 거의 같은 시기에 우리 집 근처에는 세련된 펍이 생겼다. 내가 이사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그 시기에 그들도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내가 집 앞의 작은 정원에서 무성하게 자라 있던 덩굴과 잡초들을 모두 뽑아버리고 남미산 그레나딜라 덩굴을 심던 그 때, 그들은 마침내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 펍의 이름은 ‘The Palm’이었다. 춥고 비가 내리는 영국에서는 볼 수 없는 야자나무, 이 곳 태생이 아닌 이국의 식물, 그것이 바로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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