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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집 안의 검은 신발런던, 집 2025. 5. 15. 00:17

Black Boots in the hosue, drawing collage on paper, 2025 어느 날, 아래층에서 울려오는 공사 소음을 견디고 있던 나는 위층, 그러니까 우리 집으로 올라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 발소리는 이미 계단을 반쯤 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이미 허락도 없이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는 아래층 공사를 맡았던 카우보이 빌더였다. 예고 없는 침입자 앞에서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지금도 그 남자의 컨스트럭션 부츠가 계단을 올라오는 장면을 똑똑히 기억한다.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검은 공사 현장 부츠가 막 새로 칠한 우리 집 계단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그 모습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참을 수 없이 화나게 했던 것은, 그가 그 부츠를 신은 채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나라에서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 나라는 전통적으로 바닥난방을 하는 나라이고, 사람들은 주로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생활했다. 바닥은 곧 몸이 닿는 공간이고,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는 것은 곧 외부의 더러움과 무례를 들여오는 일이다. 그가 나의 허락 없이 내 집에 들어온 것에 더 화가 났는지, 아니면 그가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것에 더 화가 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둘은 내 안에서 뚜렷이 분리되지 않았다.
이후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은 “그건 트레스패싱이니 경찰을 불렀어야 했다”고 했다. 아무도 “신발을 신고 들어오다니 그건 정말 최악이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나는, 트레스패싱보다도 신발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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