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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런던 클레이
    런던, 집 2025. 5. 15. 00:10

    Not to make sense, oil on paper, 2025

     

    클레이 벽돌은 아마도 런던에서 가장 흔한 건축 자재일 것이다.

     

    그것은 이 도시의 토질, 유명한 런던 클레이 덕분이다.  이 진흙은 마르면 수축하고, 젖으면 팽창하는 특성이 있어 계절에 따라 지반이 움직이며 구조물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런던 대부분은 이 진흙질의 땅 위에 세워져 있다. 제일 구하기 쉬운 재료였던 이 진흙을 압축하고 가마에 구워 만든 노르스름한 갈색 벽돌은 런던 건축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다. 작고 가벼우며 부드러운 이 벽돌은 쌓기도 쉬운 만큼, 허물기도 쉽다.

     

    나는 이 점토 벽돌로 지어진 빅토리아 시대의 주택에 살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아랫집 이웃이 증축 공사를 시작했을 때, 나는 그들이 집의 외벽을 허무는 모습을 지켜봤다. 완고했던 벽이 벽돌 조각들로 분해되어 하나하나 잘려져 나갔다. 120년 된 벽의 조각들이 손수레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은 결국, 벽돌의 집합일 뿐이구나. 

     

    안타깝게도, 이웃집은 증축 치수를 잘 못 재는 실수를 저질러 규정보다 훨씬 높게 벽을 쌓았고, 그 뒤로 침범하는 쪽과 맞서는 쪽 사이의 오랜 갈등이 이어졌다. 수개월에 걸친 실랑이 끝에 그들은 구조물의 높이를 낮추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뒤 며칠간, 벽돌 벽이 해체되고, 끌로 각도가 다시 맞춰지는 소리가 우리 집 안에 메아리쳤다.

     

    나는 견고한 화강암이 지반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따라서 화강암이 전통적 건축 재료였던 나라에서 왔다. 그때문일까, 나는 이 진흙 벽돌의 속성을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벽돌은 부서지고 움직이며, 무너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렇게, 이 벽돌은 단순한 건축 자재 그 이상이 되었다. 이 땅의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나의 방식이 되었고, 낯선 이로서 내가 매일 조용히 감당해야 하는 협상의 물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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